2016년 9월 20일 화요일

무제(습작) - 1

황량한 땅이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보이는 모래색의 산맥. 그 색과 같은 연기가 등 뒤로 무한히 펼쳐져 지면을 이루는 것만 같았다. 에어컨을 틀어놨음에도 차 안은 서늘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고르지 못한 비포장도로 위에서 차는 몇 번이고 예고도 없이 덜컹였다. 몇 시간이나 이어진 주행에 익숙해진 내 몸은 마치 리듬을 타듯이 그 때마다 요동칠 뿐이었다.
자갈, 모래. 오로지 그 둘 뿐. 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삐쩍 말라 스스로 타오를 것만 같은 나무가 간혹 눈에 띄일 뿐이었다. 살아있는 거라고는 가끔씩 보이는 몇 마리의 양떼와, 그를 모는 양치기 뿐이었다. 무표정한 그 눈빛과 표정은 살아있는 것이 맞는지 가끔씩 의심스러워졌지만.
"아직 자고 있어요?"
"한 번도 잔 적 없어요."
운전자의 말에 턱을 괴고 창 밖을 보던 자세 그대로 대답하자, 그는 소리내어 웃었다.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던지 그는 다시 정면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하기야 아무 것도 없는 곳이니 잠시 한 눈을 팔아도 상관없겠지.
"이런, 죄송합니다. 아까부터 말 한 마디 없으시기에 푹 주무시고 계시는 줄 알았죠."
"이렇게 덜컹거리는데 어떻게 자겠어요."






"그게 문제라는 거죠. 아시겠지만, 여기 사는 이슬람교도들은 여자를 제대로 된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아요. 여자의 얼굴을 남에게 드러내는 것도 싫어하는데요. 거기에 또 인형도 싫어하죠. 우상숭배라고 어린애의 곰인형도 찢어버리는 사람들인데. 그런데 치안을 유지하는 건 여자 모습을 한, 사람 모양의 인형이란 말이죠. 여기 사람들이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 군용 메이드 로봇이 투입된 다음 돌아오던 민심이 다시 돌아섰어요. 어쩌면 더 심해졌을지도 모르겠고요."

"그런데 밀레니엄에서는 절대 남성형 로봇은 만들지 않죠. 기업 방침이라나 뭐라나. 한 때는 새로운 생산라인을 만드는데 비용이 너무 든다는 핑계도 댄 모양인데, 그딴 걸 대는 것부터 우린 구라치고 있다는 뜻이죠. 군용 로봇을 만들기 시작하면 각국에서 얼마나 사갈텐데. 초기 투자비용 따위는 문제도 안 될 것요."

"아, 그것도 가능하죠. 하지만 역시 메이드 로봇의 성능은 밀레니엄이 압도적이니까요. 다른 회사는 기껏해야 걸음마 단계고. 중국제 짝퉁을 시험삼아 들여와본 적이 있긴 한데, 성능도 개판일 뿐인데다. 겉으로 보기에도 살벌하게 생겨서 '여자 인형' 보다 반응이 더 나쁘더군요. 살인기계 인형으로 보이니까요. 꼭 T-800하고 완전 닮아서. 몰라요? 그야 고전영화긴 한데 '터미네이터'라는 영화에 나오는... 관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