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8일 일요일

살리에리 컴플렉스 - (후편)

*



 그 전까지, 저는 질투나 시기라는 감정을 알지 못했습니다.

 물론 지식으로는 알고 있었습니다. 책을 보면 흔하게 나오는 감정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그저 지식으로만 아는 것일 뿐, 실제로 제가 그것을 이해하거나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은 없었습니다.

 저는 어째서 타인이 가진 것이나 타인의 것을 질투하고 시기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감정을 가지고 느낀다고 해서 남이 가진 것이 저의 것이 되는 것도 아닐 뿐더러, 가지지 못한 저를 더더욱 의식하고 괴로워지기만 할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아, 그것은 정녕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감정을 버릴 수 없다는 것 역시 진실이었습니다.

 이제 와서 되돌아보면, 아카네씨는 제게 그저 지식으로 이해할 뿐이던 감정들을 수도 없이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타인과 계속해서 교감하고 싶다는 감정도.

 타인에게 중요한 무언가가 되고 싶다는 갈망도.

 타인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지는 사랑도.

 즐거움도, 슬픔도, 안타까움도, 모두모두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정녕 제게 태양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제 안에 그저 씨앗으로만 존재하던, 언제 묻혔는지도 모를 감정들이 싹을 틔우고 이 세상에 드러나게 해주었으니까요.

 질투와 시기도.

 증오와 분노도.

 절망과 원념도.

 모두, 모두.

 시상식이 끝나고, 아카네씨에게는 새로운 일이 생겨났습니다.

 몇 군데의 출판사가, 공모전을 낸 곳을 포함해 다양한 곳이 아카네씨에게 새로운 글을 써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습니다.

 당신에게는 재능이 있어요.

 그런 재능을 그냥 버려두는 것은 죄악이에요.

 다음 작품을 읽어보고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이돌 히노 아카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에요.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셀 수도 없는 제안에도 아카네씨는 그저 쩔쩔 메며 "저,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하고 거절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마치 버려진 강아지 같은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며 구원을 원했지요. 제게 뭔가를 바라듯.

 그녀가 제게 바란 것이 어느 쪽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인간이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저 착각일 뿐이니까요. 인간은 책이 아니고, 따라서 상대의 머릿속을 들여볼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으니까요.

 아카네씨는 제게 무엇을 바란 걸까요?

 당신은 할 수 있다며 힘을 주는 것?

 아니면 역시 당신에게는 무리라며 위로해주는 것?

 그것도 아니라면, 그녀의 재능이 태어났을 때처럼 제가 그 곁에 있어주는 것?

 그 대답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저 빙긋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던 저는 구역질이 날 것만 같은 혐오감으로 가득했다는 점입니다.

 어째서 그런 눈으로 나를 보는 거죠?

 제가 바라던 것을 가졌으면서, 날갯짓 하며 날아오를 기회를 가졌으면서, 어째서 거절하는 거죠?

 나라면, 내가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면, 내게 그런 재능이 있었다면.

 어째서 당신은 기뻐하지 않는 건가요. 어째서 당신은 그런 곤란한 표정을 짓는 건가요?

 그래서 저는 제게 어찌하면 좋을지 물어보는 아카네씨에게 그저 웃으며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아카네씨, 당신이 가진 재능은 흔한 것이 아니에요. 그 재능을 펼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그렇지만 저는 책도 제대로 읽어본 적 없고, 지난 번에 상을 탄 것도 그저 운일 뿐이고..."

 우물쭈물하며 시선을 피하는 아카네씨에게 저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하지만 목소리는 조금 차갑게 하여 대답했습니다.

 "그것이 설령 운이라고 하더라도, 그 운을 지닌 것만으로도 아카네씨는 자격이 있는 거예요. 가능하다면 저도 그 자리에서 글을 쓰고 싶었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 수 없고, 아카네씨는 그럴 수 있어요."

 "아, 죄, 죄송합니다..."

 뒤늦게 자신의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는지, 아카네씨는 평소와는 다르게 기운 없는 목소리로 고개를 떨구며 대답했습니다. 저는 그 어깨에 살며시 손을 얹으며 말했습니다.

 "괜찮아요. 정 걱정이라면, 제가 곁에서 도와드릴게요."

 "정말, 인가요...?"

 "물론이죠. 제가 어려울 때, 아카네씨가 저를 도와주셨잖아요? 이젠 제가 아카네씨를 도와드릴 차례에요."

 아마 그때 저는, 성녀와도 같은 미소를 지니고 있었겠지요.

 마치 악마가 짓는 미소처럼요.

 "감사합니다, 후미카씨!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악마에게 홀리는 어리석은 사람처럼, 아카네씨는 구원을 찾은 듯 웃으며 제 양손을 잡고 흔들었지요.

 그렇게 저는 아카네씨를 도와 아카네씨가 차기작을 써내는 것을 돕기로 했습니다. 그건 사실 프로듀서와 사무소에서 부탁한 일이기도 했어요. 사무소 입장에서 현역 아이돌이, 그것도 아카네씨 같이 바보같은 이미지의 인물이 커다란 문학상을 받았으니, 그 기회를 이용해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한편 홍보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물론 아카네씨에게는 비밀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당시의 저는 소용돌이 치는 내면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아카네씨를 속이는 것 때문이냐고요? 아니에요. 그럼 아카네씨를 몰락시키려 하는 점 때문이냐고요? 아마 그럴 거예요.

 제 내면에는 이미 악마가 태어나 있었지만, 그리 커지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아카네씨와 보냈던 시간들, 그리고 그녀에게 느꼈던 감정들을 기억하고 있었고, 물론 그녀의 재능과 능력에 질투와 시기를 느끼고는 있었지만 동시에 그렇다고 그 감정들이 제게 그 능력과 재능을 주지는 못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으니까요.

 저는 매일매일 양쪽의 생각을 바쁘게 오갔습니다.

 그녀를 몰락시키자.

 그녀를 도와주자.

 그녀는 내게 태양 같은 존재야.

 그녀는 내가 아무 것도 없다는 걸 가르쳐줬어.

 그녀는 재능이 있어.

 내가 가지고 싶었던 바로 그 재능이.

 그 결과, 저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카네씨가 말했던 대로, 그건 그저 우연이고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요.

 비기너즈 럭, 이라고 하지요. 아무 것도 모르고, 아무 부담도 없던 초보자가 거머쥐는 행운. 그만큼 순식간에 녹아내리고, 흔적도 남지 않는 그저 초심자를 위한 선물. 그녀의 재능은 그저 그것 뿐일 거야. 저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들려주었습니다.

 아마, 그랬으면 좋겠다고 바란 것일 거예요.

 그렇다면 다시 아카네씨와 웃는 나날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제 안의 증오와 분노와 끓어오르는 열등감의 악마에게 '이걸로 됐지?' 라며 마지막 작별을 위한 제물로 바칠 수 있을 테니까요.

 그것으로 히노 아카네와 다시 웃으며 화해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요.

 저는 그러기를 바라며 매일매일 바빠진 아이돌로서의 활동 사이사이 빈 시간을 이용해 아카네씨의 글을 도왔습니다.

 그리고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기간이 필요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녀의 재능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요.

 비기너즈 럭, 같은 흔해 빠진 표현으로 빛이 바랄 것이 아니었다고요.

 다른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흔히 가졌습니다. 히노 아카네가 글을 쓰다니, 거기에 문재(文才)가 있다니, 분명 뭔가의 착각이거나 그저 얻어 걸린 행운일 뿐이라고요. 본인의 말대로 책 따위 제대로 읽은 적도 없을 것 같고, 예능이나 토크쇼에 나오면 멍청한 발언을 일삼는 바보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죠. 저도 그랬고요.

 아니었어요.

 아니었단 말이에요.

 그래주지 않았단 말이에요.

 조금씩 진도를 나가는, 조금씩 덧붙여지는, 조금씩 이어지는 문장과 문단들을 검토나 조언을 위해서라는 핑계로 읽어볼 때마다, 저는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저는 도저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도저히, 도무지, 질투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녀의 재능은 진짜였어요.

 윈스턴 처칠이 언젠가 말했다고 하지요. "나는 한 번도 달걀을 낳아본 적은 없지만, 어떤 달걀이 싱싱하고 상한 것인지는 구분할 수 있다." 저도 그 말과 마찬가지로, 비록 글을 쓰는 재능을 갖추진 못했지만 글을 보는 눈은 있다고 자부합니다. 몇 권인지 셀 수도 없는 책들을 읽어왔으니까요. 그리고 제 눈에, 그녀의 날 것 그대로의 재능은 위대한 작가들과도 감히 비견해볼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저는 시기와 증오를 넘어서, 그녀가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약간의 도움만 계속된다면.

 기회가 계속해서 그녀에게 찾아온다면.

 그녀가 어느 날,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재능의 크기를 깨닫는다면.

 분명 그녀는 날아오를 것이었습니다. 저 태양에 닿을 정도로. 그녀의 날개는 밀랍으로 되어 있지 않았으니까요. 그 정도 햇빛에 녹아내려 바다로 추락할 리는 없었으니까요.

 그녀는 이카루스 따위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녀야말로 태양이었으니까요.

 저는 고민했습니다. 제 내면의 천사와 악마는 시끄러울 정도로 제 귀에 속삭였습니다. 그녀를 도와서, 히노 아카네의 이름이 단순한 아이돌이 아니라 수 세기가 흐른 뒤에도 화자될 위대한 작가의 이름으로 남도록 하자. 그녀의 재능이 더 이상 꽃피지 못하도록 짓밟아 그녀 역시 단순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자. 어느 쪽도 틀리지 않는 말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와서 생각하면 정말로 우습지만, 당시의 저는 제가 둘 중 어느 쪽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얼마나 오만한 생각일까요.

 한낱 인간이 신을 만들거나 신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말이에요.

 제가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히노 아카네는 두 번째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후미카씨!!"

 원고를 완성한 그녀는 저를 힘껏 끌어안으며 활기차게 말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후미카씨가 곁에 있어주지 않았다면 할 수 없었을 거예요! 후미카씨는 정말 제 은인입니다!!"

 "아니에요."

 저는 그저 그렇게 대답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실제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결국 저는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 채, 히노 아카네가 자신에게 날개가 있다는 사실을 천천히 깨달아가는 것을 그저 옆에서 지켜봤을 뿐이었으니까요. 혹은 방조했을 뿐이니까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히노 아카네의 두 번째 작품이 세상에 선을 보였습니다.

 반응은, 문자 그대로 폭발적이었습니다.

 그녀의 데뷔작이자 처녀작 역시 커다란 반응을 얻었습니다. 몇 번이나 증쇄가 되고 광고가 실렸지요. 베스트셀러 순위에도 들어가고요. 그렇지만 제 생각에, 거기에 큰 영향을 끼친 건 '현역 아이돌이 상을 받았다'는 요소일 겁니다. 호기심이 흥미를 끌어 사람들이 책을 사도록 만든 것이지요. 물론 평은 좋았습니다. 다음 작품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생겨났죠.

 그들은 기다림에 보상을 받았습니다. 커다란 반응을요.

 신문과 방송은 앞다투어 아카네씨의 신작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이전의 수상은 그저 우연이 아니라고 증명하는 듯한, 웅변하는 듯한 작품. 더더욱 뛰어나진 필력.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등극. 연이은 증쇄, 증쇄, 또다시 증쇄. 유명한 중견작가들의 연이은 호평. 평론가들의 호평.

 혜성 같이 등장한 천재는 혜성이 아니었다. 그녀는 태양이었다. 금방 사라지지 않을, 계속해서 저 하늘에서 빛날 태양.

 누군가가 평론에 써두었던 그 문장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호평 감사드립니다!"

 아카네씨는 어느새 인터뷰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아카네씨는 밝게 웃으며, 아이돌 일을 할 때처럼 기운차게 말했습니다.

 "이 모든 영광을 사기사와 후미카씨에게 바칩니다! 후미카씨가 아니었다면 아마 저는 글을 쓸 생각조차 갖지 못했을 테고, 이번 작품을 써내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후미카씨는 제 은인입니다!!"

 그녀는 인터뷰 때마다 어떻게 해서 신작을 써낼 수 있었는지 이야기 했습니다. 제가 곁에서 도와줬던 것, 글을 봐주었던 것, 애당초 공모전에 나간 것이 저와 함께였던 것 등등.

 아카네씨에게 모인 주목과 화제는 어느새 저에게도 옮겨왔습니다. 어느새 저는 아카네씨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것을 도와주고 키워준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카네씨의 가장 친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카네씨와 함께 인터뷰를 하는 일마저 생겼습니다. 둘이 함께 광고를 찍는 일도 늘어났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는 어느새 아카네씨와 한 묶음인 것처럼 취급받고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함께 힘내죠, 후미카씨!!"

 아카네씨가 저를 바라보는 시선도, 이전과 달라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전까지 저를 바라보는 시선보다 더욱 따스해졌습니다. 이전보다 눈동자는 더욱 반짝였습니다. 볼에는 홍조가 피어났습니다. 목소리에는 기운이 넘쳐흘렀습니다. 전화를 하는 일도 잦아졌습니다. 일에 관련되어서도, 다음 작품은 어떻게 쓰면 좋을지 조언을 구하는 일도, 그저 한가하게 잡담을 나누려 하는 일도. 그녀는 마치 제게 사랑에 빠진 것만 같았습니다. 저를 늘 따라다니는 강아지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강아지를 걷어차고 싶었습니다.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었습니다.

 그 무렵, 저에게 아카네씨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저를 보고 웃을 때마다, 저는 순수한 증오 밖에는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녀가 제게 말을 걸 때마다, 저는 순수한 분노 밖에는 느낄 수 없었습니다.

 저는 히노 아카네가 두려웠습니다.

 저는 히노 아카네가 밉고 미워서 도무지 저 자신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녀와 웃는 얼굴로 헤어져 저의 방으로 돌아오면, 나도 모르게 손에 집히는 것을 내던졌습니다. 깨져버린 컵과 접시가 늘어났습니다.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머리끈 통째로 머리를 헝크러트리고, 차마 소리를 높이지 못한 울부짖음만이 입 밖으로 새어나왔습니다.

 빌어먹을 년.

 빌어먹을 년.

 빌어먹을 년.

 어느새 저는 히노 아카네를 속으로는 그렇게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존재는 제 안에서 지워야만 할 존재가 되어갔습니다.

 "후미카씨! 오늘 다른 작가 선생님들과 모임이 있는데, 함께 가지 않으시겠나요!!"

 그녀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후미카씨! 또다시 증쇄입니다!! 뭐 가지고 싶으신 건 없으신가요? 뭐든 사드리겠습니다!!"

 그녀의 존재를 인정해버린다면, 밝게 빛나는 태양을 인정해버린다면.

 "후미카씨! 제 책이 해외로 수출된다는 모양입니다! 이게 다 후미카씨의 덕분입니다!!"

 그 곁에 붙어 있는 저는. 그저 그 태양의 곁을 맴돌 뿐인, 그 빛에 눈이 멀어 보이지도 않을, 작디 작은 저는.

 저는, 도저히.

 애증, 이라는 말이 있지요.

 사랑과 미움. 사랑과 증오.

 정반대일 그 감정이, 나란히 붙어있는 단어지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정반대인 감정은 셀 수 없이 많겠죠.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 그 외에도. 그렇지만 애증, 만이 둘이 하나로 붙은 단어가 존재해요.

 사랑과 증오는, 그만큼 가까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랑이 커질수록, 증오 역시 커지겠지요.

 사실, 사랑의 반댓말은 미움이나 증오가 아닐 거예요.

 흔히들 말하듯, 무관심이겠지요. 사랑의 반대는.

 무시겠지요.

 그렇지만, 그럴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관심을 가지지 않기에는, 무시하기에는, 너무나도 커다랗고 너무나도 빛난다면.

 그리고 증오하기에는, 너무나도 사랑스럽다면.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아서, 똑바로 바라볼 수 없으면서, 제발 그 태양이 사라져줬으면, 나의 어두운 곳을 들추지 않아줬으면 하고 느끼는 한편, 그 햇빛이 없이 이 세상이 온통 암흑에 잠겨버린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렵다면.

 증오가 커질수록, 사랑 역시 커져갔습니다.

 무엇보다도, 저 사기사와 후미카는, 작가를 꿈꾸기 이전에 천성이 독서가였으니까요.

 온 세상을 책을 통해서 바라보고 배워오고 오로지 책 속에서만 살아온 자였으니까요.

 저는 아카네씨가 너무나도 미웠습니다. 그렇지만 아카네씨의 작품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면서 누구보다도 빨리 그녀의 글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스스로도 인정할 수 없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런 자리에서까지 거짓말을 할 수는 없겠죠.

 나를 버려두고 날아가는 것이 그렇게나 제 마음을 뒤흔드는데. 질투가 나고 시기가 나서 땅에 서있는 저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는데. 그럼에도 그 날아가는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우니. 그 날갯짓에 흩날린 깃털 하나 하나가 부서지는 햇빛이었으니.

 저는 재능을 믿지 않았습니다.

 재능이라는 것은 포장된 노력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하듯 자신이 발버둥치고 있다는 것을 들키기 싫은 백조가 우아하게 떠있는 것처럼, 자신은 특별하다고 포장하기 위해서 나중에 간편하게 가져다 붙인 수식어. 애당초 드러나지 않는 재능이라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으니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노력했습니다. 노력해왔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녀의 존재는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요.

 무엇이 그녀를 특별하게 만드는 거죠?

 어릴 때부터 책만을 바라보며 살아오고, 수도 없이 제가 작가가 된 순간을 꿈꾸던 저는 불가능한 경지를, 그녀는 아무런 어려움도 어떠한 고통도 괴로움도 없이 도달할 수 있던 걸까요? 책 한 권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을테고, 늘 멍청하고 바보 같은 모습만 보여주는 그녀는.

 도대체 어떻게.

 네. 맞아요. 인터뷰가 이어지고 시사 프로그램이나 예능 프로그램에 '아이돌 작가' 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올 때마다, 아카네씨는 놀림을 받았습니다. 도무지 천재 작가로 보이지는 않는 언동을 일삼았으니까요. 오히려 따진다면 멍청이나 바보에 어울리는 모습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것이 이전까지 늘 히노 아카네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모습이었으니까요.

 사람들은 어느새 의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히노 아카네가 쓰지 않은 게 아닐까?

 소속사나 누군가가 화제를 만들려고 무명의 유령작가를 고용한 건 아닐까?

 그러고 보니, 히노 아카네와 늘 붙어다니는 사기사와 후미카는 책을 좋아하는 걸로 유명하지 않나?

 맞아. 서점에서 일했고, 인터뷰나 그런 걸 봐도 엄청나게 박식하고 똑똑하잖아.

 원래 공모전도 사기사와 후미카 쪽이 나가자고 한 거였대.

 그렇다면 역시?

 처음에는 소곤거림이나 뜬구름 잡는 루머였던 것이, 어느새 눈덩이처럼 커져나갔습니다.

 물론 그 말에 가장 괴로운 것은 저였습니다.

 아카네씨 역시 그 말에 상처를 받았습니다. 몇 번이나 제게 '역시 다들 그렇게 생각하겠죠?' 라고 힘없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달래며 웃는 저였지만, 억지로 만들어 덮어쓴 가면 밑에서 저는 차라리 제 가슴을 찢어발기고 싶을 정도의 분노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도 제발 그게 사실이길 얼마나 바라는데.

 그런 이야기가 돌 수록, 들릴 수록, 더더욱 제 자신이 작아지는 것만 같아서. 더더욱 제 자신이 볼품 없고 형편 없는 존재가 되어가는 것만 같아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견뎌보려고 해도, 견뎌보려고 해도 도무지 견딜 수가 없어서.

 "그렇다면 더 쓰는 수밖에 없어요."

 저는 그녀를 몰아붙였습니다.

 "사람들에게 더더욱 히노 아카네를 보여주죠. 유령작가 따위는 없다고. 히노 아카네는 이런 사람이라고요."

 "하, 하지만..."

 굳은 목소리로 하는 제 말에, 아카네씨는 드물게 목소리를 작게 하며 자신 없이 대꾸했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만두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이런 걸 바란 것도 아니었고, 후미카씨에게도 폐가 될 테고..."

 "아뇨. 그런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드러내지 않는 것은, 저에 대한 폐를 넘어서 온 세상에 대한 폐에요."

 저는 그 말을 단호하게 잘라냈습니다. 힘을 주며 그녀의 손을 맞잡고 말했습니다.

 "여기에서 그만두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죠?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작가를 인정할 건가요? 아니면 제가 사실은 그 유령작가라고 할 셈인가요? 이제 와서 글 따위는 쓰고 싶지 않다는 말로, 저 사람들이 모두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나요?"

 "후, 후미카씨가 했다고 하면 모두 믿을 겁니다!"

 제 말에 시선을 피하던 아카네씨는 마지막 발악을 하듯 저를 돌아보며 외쳤습니다.

 "맞아요! 후미카씨는 확실히 책도 많이 읽으시고, 아시는 것도 많으니까, 후미카씨가 썼다고 하면 모두 믿을 겁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그때 공모전에 내셨던 작품도 정말 멋진 작품이었고요! 처, 처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던 건 후미카씨의 쪽이었잖아요? 정 안 되면 제가 글을 쓸 테니까, 후미카씨의 이름으로..."

 그 말에.

 저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 안에 그런 감정이, 그런 충동이, 그런 행동이 숨어있을 줄은 그 전까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아카네씨는 뺨을 움켜쥔 채 의자와 통째로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는 감각이, 책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거친 숨을 내쉬며, 있는 힘껏 후려친 오른손을 움켜줬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으, 으으..."

 아카네씨 역시 이런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양 손으로 붉게 부풀어오른 뺨을 움켜쥔 채 눈물을 글썽이며 저를 바라봤습니다. 마치 주인에게 걷어차인 강아지처럼요. 귓구멍에서는 핏물이 살며시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입가에서도 붉은 선혈이 스며나왔습니다.

 "제가, 저도, 그게 사실이면 얼마나 좋겠는지 알아요?! 제가 그때부터, 아니 그 전부터, 어렸을 때부터, 뭘 꿈꿔왔는지도 모르면서!! 그런 재능을 가진 주제에, 그런 글을 쓸 수 있으면서!! 지금 저를 동정하는 건가요? 쓰레기 같은 글줄이나 써갈기면서 분에 차지도 않게 작가를 꿈꾸고 위대한 당신을 도와주는 년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 그런 게 아니..."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죠? 제가 썼다고 거짓말을 하라고요? 제가 쓸 수도 없는 글을 제 이름으로 내면서, 웃는 얼굴로 제가 작가였다고 밝히라고요? 그게... 그게 저를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데!! 그 사실이, 제가 얼마나 형편없고 재능없는 년인지 뼈저리게 깨닫게 하는데!! 어떻게!!"

 저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있는 힘껏, 저의 감정을 토해냈습니다.

 신기한 일이죠.

 그런 감정이 제 안에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제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할 수 있다면, 할 수만 있다면.

 이렇게, 그런 형태가 아니라, 글로, 단어로, 문장으로, 한 권의 책으로, 제 안에 있는 무언가를 토해내고 싶었는데.

 한 바탕 소리를 지르고, 헉헉거리며 호흡을 가다듬는 제 발목에 후미카씨는 매달렸습니다.

 "죄송해요, 후미카씨.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마치 어린아이처럼.

 엄마에게 혼이 난 어린아이처럼.

 엄마에게 버림받는 것이 두려운 어린아이처럼.

 제 다리를 붙잡고 매달려,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순간, 제가 뭘 느꼈는지 아세요?

 저는 후련함을 느꼈습니다.

 우월감을 느꼈습니다.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그 날 이래로, 늘 느껴왔던 열등감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그녀를 내려보고 있었으니까요.

 저를 버려두고 홀로 날아가는, 저 태양과도 같은 히노 아카네가, 제 발 밑에 엎드린 채 제게 매달려 울면서 사죄하고 있었으니까요.

 뿌듯함, 이라는 감정까지 느껴졌습니다. 마치 그때, 처음으로 저의 글을 완성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정말, 히노 아카네는 저에게 있어서 태양이었습니다. 그 순간 이전까지는 느껴본 적 없는 감정들이었습니다.

 "괜찮아요."

 그렇기에 저는 웃으면서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춘 채, 아카네씨에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아카네씨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글을 써내면 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든, 그 재능을 계속해서 펼쳐보이면 되는 거예요. 알았죠?"

 포근한, 마치 우는 아이를 타이르는 어머니와 같은 제 말투에 아카네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는 그런 아카네씨를 끌어안으며 속삭여줬습니다.

 "제가 곁에 늘 함께 있을 테니까요. 저는 아카네씨를 버리지 않을 테니까요."

 후미카씨는 그저 고장난 오디오처럼 고맙다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선택하고 만 것입니다.

 그녀의 이름을 길이 빛낼 길을.

 히노 아카네라는 이름이 영원토록 남을 길을.

 당시에는 그것이 히노 아카네를 망가트리고 몰락시킬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그건 저 역시 히노 아카네의 글을 계속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증오로.

 애정으로.

 그 두 감정 모두로. 애증의 이름으로.

 인간 히노 아카네를 질투하고 미워하며. 히노 아카네의 작품을 동경하고 사랑하며.

 인간 히노 아카네를 존경하고 사랑하며. 히노 아카네의 작품을 시기하고 증오하며.

 저는 더 이상 태양 곁에 있는 보이지도 않는 작은 존재가 아니었으니까요.

 그 태양이, 저의 곁을 맴돌게 되었으니까요.

 그 날부터의 일상은, 이전과 그리 크게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전부터 히노 아카네의 일과 중에서 글을 쓰는 비중은 커지고 있었으니까요.

 그녀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운동을 할 틈이 없을 정도로. 아이돌 히노 아카네가 무대에 서는 일이 줄어들 정도로.

 두 번째 작품까지 대호평 속에 성공한 그녀를 사람들은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습니다. 대필이니 유령작가니 하는 루머가 퍼지고 있다고 해도, 사람들은 히노 아카네의 작품에 매혹되었으니까요. 모두 눈이 멀 것 같은 그 햇빛을 기대하며 바라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히노 아카네는 그 기대에 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똑바로 앉으세요, 아카네씨. 이 부분을 다 쓰기 전까지는 쉬게 하지 않을 거예요."

 "벌써... 나흘째 한 숨도 못 자고 있어요... 제발, 자게 해주세요..."

 "당신이 잠든 채로도 글을 쓸 수 있다면, 자게 해주겠어요. 서둘러서 다음 작품을 써내지 못하면 사람들이 실망할 거예요."

 "하지만..."

 "좋아요. 주무세요. 대신 저는 다시는 아카네씨를 보지 않겠어요. 재능을 낭비하는 아카네씨에게 더 이상 볼 일은 없으니까요."

 "아, 안 돼요! 알겠어요, 쓸 게요! 쓸 테니까 제발 떠나지 마세요!"

 그리고 그 곁에는 제가 늘 함께 있었습니다.

 "축하해요, 아카네씨. 이번 작품도 100만부를 넘었어요."

 "아... 감사, 합니다..."

 "이번 작품도 제가 없었다면 쓸 수 없었겠죠? 그러니까 이 공적은, 수입은 전부 제 것이겠죠?"

 "네, 네에..."

 "걱정 마세요. 당신을 버리거나 하진 않을 테니까요. 자, 조금 있다 인터뷰가 있으니까 세 시간만 자두세요. 이틀이나 자지 못한 채로는 또 헛소리나 해댈 테니까요. 인터뷰에서는 예전에 했던 대로 늘 웃고 있는 거, 알고 계시죠?"

 인간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 걸까요.

 인간은, 다른 인간에게,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 걸까요.

 제게 아무 해도 끼치지 않았는데. 저를 어떻게 한 것도 아닌데.

 그저 질투하고 시기한다는 이유만으로.

 도대체, 얼마나.

 제가 이런 말을 한다면, 분명 웃기겠지요.

 그 잔악무도함에 부아가 치밀겠지요. 분노하고 증오하겠지요. 치를 떨겠지요.

 다른 사람도 아닌 그 장본인이,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잔인함의 극치를 달렸던 인간이, 한 발자국 물러난 자리에서 이런 소리나 지껄이고 있다면 말이에요. 후안무치하겠죠.

 이제 가장 저를 미워할 사실을 알려드릴게요.

 저 자신도 그런 제가 미워요.

 저 자신도 제가 그렇다는 것을 알아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멈출 수가 없었어요.

 어느새 히노 아카네는 아이돌로서 활동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무대에서 웃는 얼굴이 아니었으니까요. 더 이상 즐겁게 춤추고 노래할 수 없었으니까요. 태양처럼 빛난다며 그녀를 따르던 팬들도 어느새 고개를 돌렸습니다. 다른 아이돌에게 달려갔죠. 사람이라는 건 우스운 것이더군요. 무슨 일이 있어도 팬이라고 떠들어대던 사람들이, 가장 먼저 '변했다' 면서 사라졌으니까요.

 그 사이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된 아카네씨는 어느새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현실을 잊을 수 있다던가요. 글들이 떠오른다던가요. 아무 생각 없이 즐겁고 행복했던 예전이 떠오른다던가요. 저는 말리지 않았습니다. 원고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요. 그리고 그 외의 시간은 그녀에게 그렇게 많지 않았죠. 오히려 나중에는 원고를 할 때 손을 떨게 되어 술을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이치노세 시키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제가 필요로 하는 물건들에 의아함을 느낀 모양이었지만, 원체 타인에게는 크게 관심이 없던 그녀였기에 그 이상의 의심이나 거절은 하지 않더군요. 아카네씨는 제가 시키씨에게 다녀온 뒤에는 겨우 웃을 수 있었어요. 깔깔거리면서 즐겁게 글을 써내려갔지요.

 계속해서 히노 아카네의 작품들은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 어느 작품들이고 위대한 작품들이었어요. 평론가들의 찬사가 뒤를 잇고, 독자들은 발매일 전부터 서점 밖에 줄을 설 정도였지요.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어요. 그녀의 재능을 태양같다고 비유했던 저조차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 역시 조금씩 시들해져갔습니다.

 어느새 그녀의 글은 더 이상 빛나지 않았어요.

 단어들은 더 이상 조화롭게 어울리지 못하고 마치 가루처럼 바스라졌습니다. 문장은 중언부언하고 마치 꿈꾸는 것처럼 몽롱했지요. 문단들은 그 사이를 연결할 수 없을 정도로 극과 극을 오갔어요.

 이미 히노 아카네는 언론에 등장하지 않은지 오래였습니다.

 오로지 저만이 그녀의 곁에 있었을 뿐이에요.

 그리고 마침내 떠나갔죠.

 그녀가 저를.

 "글 같은 거, 쓰는 게 아니었어요."

 메마른 미소를 지으며, 눈에서는 마치 고장난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듯 눈물을 흘리며, 고장난 레코드에서 소리가 튀듯 웃으며 아카네씨는 저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이 손이 없었다면, 글을 쓰지 않을 수 있을 텐데."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저는 그 뒤에 아카네씨가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합니다.

 듣기로는 고향으로 돌아갔다고도 하고, 어딘가 병원에 수감되었다고도 하고, 지금도 뒷골목에서 그녀를 본 사람이 있다고도 하고, 얼마 전 발견되었던 변사체가 그녀였다고도 하고. 그 중 어떤 것이 진실인지 저는 알지 못해요.

 알고 싶지도 않아요.

 오히려, 제발 제가 알게 되는 일은 없기를 바라요.

 마침내 저는 제 결심을, 제 결의를, 제 욕망을 충족시켰어요.

 하지만 남는 것은 기쁨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더군요.

 저는.

 제 자신이 미워서 견딜 수가 없게 되었어요.

 저 자신이 증오스러워서 더는 참을 수가 없어요.

 어디서부터 잘못했던 걸까요?

 꿈을 꿨던 그 순간부터?

 함께 공모전에 나가자던 아카네씨의 말에 응한 것?

 그녀를 질투하고 시기했던 것?

 그녀의 마지막 희망을, 돌아갈 수 있던 마지막 기회를 걷어찬 것?

 그녀의 곁에 있던 것?

 아마 모든 것이겠지요.

 그러니까 제 인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잘못이었던 거예요.

 저는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싫었어요.

 그래서 책이 좋았죠. 세상이 싫었어요. 사람이 싫었죠.

 그저 그런 것이라고 인정했으면 됐을 텐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는 방법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웠어야 했는데.

 책 속에만 살아왔던 저는 그런 것이 결여되어 있었어요.

 아마, 인간으로서 결여되었던 걸 거예요.

 인간이 아니었던 거예요.

 그리고 마찬가지로, 히노 아카네도 인간이 아니었죠.

 그녀는 정말 신이었어요.

 들으셨죠?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 얼마 전 발견된 것.

 이전까지의 히노 아카네의 모든 작품을 '고작 그 정도' 로 표현하게 만든 작품.

 두 여성이, 함께 힘을 합쳐,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며 저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는 이야기.

 그 작품으로, 올해 노벨문학상은 확실하다고 하더군요. 오히려 상을 받지 못하면 더는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요.

 최연소에, 최단기간 활동한 작가로 기록에 남을 거라고요.

 제가 그렇게나 그녀를 끌어내리려고 노력하는 사이에도.

 제가 그렇게나 그녀를 망가트리는 사이에도.

 제가 그렇게나 그녀를 미워하고, 증오하고, 시기하며, 괴롭히고, 마침내 끝내는 사이에도.

 그녀는.

 저와.

 그렇게.

 결국, 한낱 인간이 신을 만들거나 없앨 수 없는 것이었어요.

 인간이 이해하거나 어쩔 수 없기에 신인데 말이죠.

 그렇기에 신이 내린 재능일텐데 말이죠.

 이해따위를 불필요하는 것.

 그 어떤 감정도 비집고 들어갈 필요가 없이, 그저 고개를 들어올려 눈부시게 바라보면 되는 것.

 그런 것이겠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



 히노 아카네는, 제게 태양과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사기사와 후미카는, 그 태양이 너무나도 눈부셔, 그 태양에 비하면 자신이 너무나도 작고 보잘 것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마침내 그 태양을 끌어내려버린 사람이고요.

 이제 저는 그 죗값을 치르려고 해요.

 아니, 어쩌면 죗값을 더하려고 하는 걸지도 모르겠군요.

 말리지는 말아주세요. 말리신다고 해도, 듣지 않을 테니까요.

 인간이 어쩔 수 없기에 신인 것처럼, 인간이 어쩔 수 없기에 악마인 것이겠지요.

 주님은 아마, 아니 분명 이런 저를 용서하시지 않겠지만, 이렇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긴 고해성사를 지금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클라리스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