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6일 수요일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계모와 호박마차~ 1화(작성중)


 346 프로덕션 신관의 최상층.
 "네. 그 부분은 잘 처리되고 있습니다. 회장님."
 현재 346 프로덕션의 아이돌 부분을 책임지는 책임자-미시로 상무의 집무실은 그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346 프로덕션은 현재 일본 연예계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거대한 회사이다. 이미 해외 지부도 운영하고 있고, 커다란 실적을 내며 세계를 향해 그 활동무대를 펼쳐가고 있다. 그리고 그 이름에 맞게, 개화기에 지어져 길고 유구한 346 프로덕션의 전통을 증명하는 본관, 여러 부속건물, 거대한 정원 등, 346 프로덕션 부지는 하나의 '성'과도 같다.
 "실적에 대해서는 첨부한 보고서의 표를 보시면 바로 아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리고 미시로 상무는, 그런 자신의 집무실에서 성을 내려보는 것을 좋아했다. 잘 꾸며진 그 아름다운 광경이 마음에 드는 것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손 안에 있는 것만 같았으니까. 저 멀리 펼쳐져있는 도심을 바라보는 것도 좋았다.
 "지금까지 문제가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합니다. 그렇기에 그걸 관리하기 위해서 제가 파견된 것이지 않습니까."
 지금은 아이돌 부분만을 담당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 346 프로덕션 전체를 그녀가 관리하게 될 것이다. 말하자면, 이렇게 바라보는 것은 그녀의 왕국을 돌아보는 것. 미국의 높은 스카이라인을 보면서 거대해지는 자신의 왕국을 보는 것도 좋아했지만, 이렇게 직접 자신의 영지를 바라보는 것은 또 색다른 느낌을 주는 법이었다.
 "물론입니다. 미시로의 방침에 문제란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녀가 단순히 이 왕국을 이어받을 것은 아니었다. 뉴욕 지부에서도 실적을 거뒀고, 이제 만들어진지 고작 2년 밖에 안 된 346 프로덕션의 아이돌 부분을 담당하게 되어 실적을 올리고 있다. 초기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하나 둘씩 바로잡고 있었고, 이름 높은, 명망 높은 346 프로덕션의 일부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렇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346 프로덕션을 위해 바쳐왔다.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럼 보고는 이걸로..."
 하지만, 몸을 돌리며 전화를 끊으려던 그 순간 들린 목소리가 그녀의 그런 인생계획을 방해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은, 다시 들어도 확실한 대답. 그 말에, 천하의 미시로 상무조차 당황해버렸다.
 "아, 아니, 갑자기 그런 말을 하셔도..."
 어떻게든 대화를 그만두고 싶었던 미시로였지만, 계속된 재촉에 결국 그녀는 평소의 말투도 잊고 외쳐버렸다.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선을 보라니요, 아빠!"
 통화를 나누고 있는 상대는, 346 프로덕션, 나아가 346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회장, 동시에 그녀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미시로 상무에게 한 말은, 아버지라면 딸에게 할만한 말이었다. 아니, 아버지로서 하는 말이었다.
 '이제 슬슬 너도 결혼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니?'
 악의가 있는 말은 아니다. 아버지로서 할 만한 걱정이라는 건 알고 있으니까.
 미시로 상무 본인도 알고 있었다. 이미 자신의 나이는 30대에 돌입,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혼기'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려고 하는 지점까지 도달했다. 그녀 본인도 가끔 그 문제에 대해서 자각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딱 잘라 말해서, 그녀 본인은 그런 문제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도, 아직 '상무' 라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던 오피스걸 시절에도 한 번도 남자를 만난 적은 없었다. 주위의 친구들이나 동료들이 하나 둘 '남자친구' 를 만들어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할 때도 그녀는 자신의 일에 열중했다.
 한 번도 부럽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겉으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철한 상무로 통하지만 미시로 상무도 여자, 아니 한 사람의 인간. 멋진 남성과의 교제를 꿈꾸지 않은 건 아니었다. 세상에는 연애가 넘쳐흐르니까. 연애만화, 연애드라마, 연애 영화, 심지어 그녀가 담당하는 아이돌들의 노래도 '연애'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저 찰나의 생각일 뿐, 한순간 해본 생각에 불과했다. 그녀에게는 꿈과 목표가 있었다. 책임지고 있는 일이 있었고, 언젠가는 이 그룹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연애 같은 것은 그녀의 길에 방해물일 뿐, 지금까지 의식한 일은 없었다.
그렇다. '지금' 까지는.
 <네가 일에 열심인 것은 좋지만, 어쨌든 이 아빠는 걱정이 된단다.>
 미시로 상무의 말에, 미시로 회장은 그에 맞춰 방금 전까지의 업무로서 하는 말투가 아니라 딸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말투로 말했다.
 <그야 요즘 세상에 독신으로 사는 여성도 드물지는 않겠지만, 네가 내 자리를 이어받듯이 언젠가는 또 미시로 그룹을 누군가 책임져야 할 거 아니겠니?>
 "아니,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선을 보라는 건 너무하잖아요."
 잠시 어느 쪽 말투를 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결국 미시로 상무는 한숨과 함께 남은 동요를 뱉어낸 다음 말했다.
 "이전에 이야기 하신 적도 없었고, 이렇게 예고도 없이..."
 <내가 미리 이야기 했었다면 네가 허락할 리 없잖니?>
 자신을 너무 잘 아는 아버지의 말에, 미시로 상무의 말은 다시 멈췄다. 사실이었으니까. 만약 그랬다고 해도, 분명 본인은 뭐라도 좋으니 핑계를 대면서 자리를 피했을 테니까. 그런 미시로 상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회장은 말을 이어갔다.
 <그리 나쁜 이야기도 아니다. 상대는 너랑 나이도 비슷하고, 게다가 방송 계통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란다. 집안도 우리 집안에 굴하지 않을 정도로 좋고, 듣기로는 성격도 좋고 평판도...>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애당초 저는..."
 <설마하니 이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연애에 관심이 없다', '지금은 일이 좋다' 같은 말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도 있단다. 지금이야 아직 젊다고 할 수 있지만, 언제까지 그럴 것도 아니잖니.>
 하지만 겨우 미시로 상무가 생각해낸 변명, 아니 진심은 이미 예상하고 있던 회장의 말에 잘려나갔다.
 <네가 우리 346 그룹을 위해서 힘을 내는 것도 좋고, 346 프로덕션을 위해 일하는 것도 모두 좋단다. 하지만 이 아버지는 네가 여자로서의 행복도 느꼈으면 한단다. 그것만이 사람의 행복은 아니겠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괜찮지 않겠니?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도 일하는 것에 지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행복한 일이고. 둘 다 해본 이 아버지의 말이니까 믿어도 좋단다. 그러니까...>
 회장의 이어지는 말은 하지만 미시로 상무의 머릿속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은 스믈스믈 몰려오는 짜증으로 가득차기 시작했으니까.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은 알고 있었다. 오히려 지금까지 참아온 것만으로도 아버지도 오랫동안 참은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바쁜 시기이고, 무엇보다, 애초부터, 그녀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뭘 멋대로, 딸의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은 채 이야기를 진행시킨 걸까.
 생각해보면 나이 이야기도 기분이 나쁘다. 아니, 그래 좋다. 이제 나이를 먹고 있는, 더 이상 젊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나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젊은 애들을 하도 봐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도 대놓고 들어서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니다. 게다가 화무십일홍은 또 뭐야? 이젠 질 때가 다 됐다는 소리인가? 그래서 그 전에 선이라도 보라고 하는 거야?
 원래 미시로 상무는 남에게 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다. 그리고 그것이 몰려오는 짜증에 그녀의 발상을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 해서든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따르지는 않겠다는 방향으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관심 없다든가 하는 식으로 둘러대봤자, 분명 아버지는 다시 다른 기회를 잡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을 방해하거나 손을 떼게 해서라도 그럴지도 모른다. 그건 곤란하다.
 어떻게 하면 이 이야기를 없던 걸로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이 선을 파토낼 수 있을까. 계속해서 귓가에 홍수처럼 몰려드는 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미시로 상무는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순간 번뜩인 발상에, 그녀의 입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이미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요!"

 아, 사고 쳤다. 순간 미시로 상무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건 만족감 대신 그런 문장이었다.
 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은 되감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 대답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심각한 목소리였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크게 누그러졌으니까.
 <뭐야, 그런 거였으면 진작 이야기하면 좋았지 않냐.>
 "어, 그게, 그러니까..."
 <이거, 아빠가 너무 나서서 걱정을 한 모양이구나. 하지만 어쩔 수 없잖니. 네가 그런 이야기는 한 마디도 안 하는 걸. 그렇다면 이미 교제하는 사람이 있는데 선을 보라고 하는 건 역시 지나친 일이겠구나.>
 당황하면서 더듬거리면서도, 미시로 상무는 회장의 그 말에 안도감을 느꼈다. 일단은 선 이야기는 없어진 모양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다음 들린 말은 다시 미시로 상무를 멈추게 만들었다.
 <그래서, 상대는 어떤 사람이냐.>
 "어..."
 길게 늘리는 말투. 본인은 모르고 있지만, 평소에 보여주는 이미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 씰룩거리며 경련하는 입가. 그 찰나의 순간 사이에 미시로 상무는 두뇌를 최대한의 출력으로 굴리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가 업무상의 중요한 일을 처리할 때보다도 더욱 필사적으로.
 "이, 일 관련으로 만나고 있는 사람이에요. 우, 우리 회사 직원이고요."
 그리고 그런 고민의 결과 나온 답은, 일차적으로 그런 내용이었다.
 어차피 일상생활도 거의 없을 정도로 일이 바쁘다는 것은 피차 알고 있다. 그러니까 밖에서 만난 외부인이라는 건 신빙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일 관련으로 만난다고 해도, 관계자들이라면 회장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말을 맞출 수도 없고, 들통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부하 직원을 거론하면 생길만한 문제가 있다.
 <흠, 직원이라 이거지.>
 미시로 상무의 예상대로 회장은 상무의 대답에 내키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상무는 재빨리 덧붙였다.
 "우수한 인재입니다. 성실하고, 맡은 업무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고요."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그런 거겠지.>
 회장의 대답에 상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보다 너도 역시 사귀는 남자에 대해서는 좋게 이야기하는구나? 하하하! 이거 생각보다 많이 반한 모양인데?>
 그런 농담에는 다시 짜증이 났지만.
 <아무튼, 그런 문제라면 알았다. 언젠가 그 상대 좀 소개시켜주렴. 네 눈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이 아빠의 눈으로 한 번은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으니까. 그럼 다시 연락하마.>
 마지막 공격을 끝으로, 회장은 만족했다는 듯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미시로 상무는 전혀 만족스럽지 못했다. 통화가 끊겨 배경화면이 표시되는 스마트폰을 든 손을 힘없이 떨군 채, 미시로 상무는 창 밖을 그저 멍하니 바라봤다.
 만나는 상대 같은 거, 있을 리가 없잖아.
 당연히, 소개시켜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아, 아아아아아아아...!"
 그 간극에, 결국 참지 못하고 미시로 상무는 스마트폰을 떨어트린 채 주저 앉아 양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는 신음을 쥐어짜냈다. 그녀를 아는 사람 누가 보더라도 놀라고 말았겠지만, 다행히 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미시로 상무는, 어쨌든 346 프로덕션 아이돌 부분을 담당하는 높으신 분이다. 이런 비상사태, 예상 외의 사태는 한 두 번 겪어온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넘어온 수라장의 수가 다른 것이다.
 "...후우, 좋아."
 심호흡과 함께, 미시로 상무는 재빨리 평정을 되찾고 사태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봤다. 이미 질러버린 도박, 되돌릴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이 거짓말을 어쨌든 계속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 적당한 자를 골라서, 이 상황이 끝날 때까지 동참하게 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는 것이다.
 "..."
 하지만, 거기에는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적당한 자'를 고르는 부분 말이다.
 346 프로덕션 아이돌 부분에는 수많은 남성들이 있다. 거기까지는 괜찮다. 하지만 그 중에서 '적당한 자' 를 고르는 것은 어렵다. 우선은 회장에게 말을 했던 대로 유능한 인재가 아니면 곤란하다. 거기에 어쨌든 대역을 하는 이상 나이도 비슷해야 하며, 무엇보다 이 사태를 이해하고 자신을 도와주며, 비밀을 끝까지 엄수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참의 고민과, 몇 번의 검산 끝에도...
 "...그 자 밖에 없나."
 미시로 상무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조건을 만족하는 '적당한 자' 는, 하나 뿐이었다.
 문제라면 그 답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거지만.

*

 346 프로덕션 신관, 33층.
 '프로젝트 크로네'의, 사무실.
 "...후우."
 업무 테이블에 앉은 채, 미시로 상무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346 프로덕션 아이돌 부분 전체를 총괄하고 있지만, 그녀는 동시에 그녀가 자신있게 선보인 새로운 아이돌 그룹이자 프로젝트인 '크로네'를 담당하는 프로듀서로서의 업무도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내뱉은 한숨은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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