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9일 금요일

[라한대]뒤통수 결정전.

원본 : http://lightnovel.kr/one/373660
작성 : 2011년 12월 3일


“여, 좋은 아침이다!”
눈앞에 보이는 탐스러운 뒤통수. 약간 튀어나온 것 같지만 매끄러운 두개골의 곡선이 참 인상적이다. 요컨대 참 찰지게 생겼다.
나는 웃으면서, 매일 하던 대로 그 뒤통수에 손바닥을 후려갈겼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바닥에 널브러져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라?”
바닥에 매쳐진 고통은 한 타이밍 늦게 찾아왔다. 신음을 흘리는 내 머리 위로 그림자가 생긴다. 뒤통수가 참 탐스럽고 찰진 내 친구 녀석, 일 터인 그 그림자는 어쩐지 상당히 호리호리하고, 얄상한 게…….
“오빠에게 들은 대로네요.”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여자아이. 남자같이 짧은 머리에, 친구와는 닮았지만 보이쉬한 느낌을 주는,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얼굴. 그 녀석과 비슷한 키에,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조금 더 호리호리한 몸매.
어째서인지 남자교복을 입은 그 아이는, 나를 벌레 보는 눈으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오빠가 말해줬어요. 매일매일 오빠를 때린다면서요?”
“잠깐 기다려. 그러니까 꼭 내가 그 녀석을 괴롭히는 것 같잖아!”
겨우 황당함에서 풀려나며 외쳤다.
그래, 나의 그 행동은 어디까지나 친밀함의 표시. 아침 인사. 오늘 하루도 건강하게 지내보자는, 그런 마음이 담긴 행위. 요컨대 손과 뒤통수의 하이파이브. 하지만 동생이라는 여자애는 오히려 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앞으로 오빠를 볼 때마다 팔을 꺾어드리죠.”
“세상 천지에 아침 인사를 팔을 꺾는 걸로 하는 놈이 어디 있어!”
“아무 팔이나 꺾는 건 아니니까요. 어디까지나 친밀함의 표시, 아침 인사, 오늘 하루도 건강하게 지내보자는, 그런 마음이 담긴 행위에요.”
“…….”
너무나도 담담하게 말하는 그 태도가 더 무서웠다.
“아시겠죠? 앞으로는 이런 짓 하지 마세요.”
친구 동생은 마지막으로 나를 보며 말하고는 사라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그 애의 뒤통수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중에 교실에 돌아온 친구는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동생에게 이야기 했더니, 정의파였던 동생이 자기가 버릇을 고쳐주겠다며 아침에 자기 교복을 입고는 학교에 와서 그런 짓을 했다나 뭐라나. 마지막에 하지만 조심스러운 눈으로 그래도 앞으로는 자제해달라고 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애, 우리 학교 다니지?”
“응? 어, 응. 1학년이야.”
친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뭔가 생각났는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설마, 내 동생한테 작업 걸려는 건 아니지?”
“아냐, 아냐.”
“그럼 됐지만…….”
의심스러운 눈동자로 계속 나를 돌아보며 친구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지만, 나는 그 뒤통수를 보지 않았다. 눈앞에 떠오르는건, 아까 봤던 그 아이의 뒤통수.
저 녀석의 뒤통수가 A급이라면, 동생양의 뒤통수는 AAA++급이다. 특급 한우 레벨이다. 둥그레한, 매력적인 라인의 뒤통수. 적당히 굴곡이 있는 게 평평한 것보다 오히려 손맛이 좋을 것 같다. 길지 않은 짧은 머리카락이 손을 부드럽게 감싸줄 것 같기도 하다.
마침 빚도 있고, 그 아이에게는 말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인사라고.
아무래도 앞으로 인사 하러 그 애를 자주 찾아가야겠네. 나는 마음먹었다.

그렇게 우리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수소문하여 그 아이의 반을 알아낸 게 당일, 그리고 바로 다음날부터 나는 등교하자마자 그 교실로 달려갔다. 일찍 등교하는지 언제나 교실 책상에서 얌전히 앉아있는 동생양의 뒤로 다가가, 팔을 휘두른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이네요!”
그러면 그 아이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날아오는 내 팔을 능숙한 솜씨로 잡아 바닥에 패대기친다. 유도인지 특공무술인지, 힘도 들이지 않는 것 같은데 나는 깔끔이 내동댕이 처져 천장의 전등을 바라보게 된다.
“이걸로 두 달 째에요. 이제 그만 하시면 안 될까요?”
한숨을 쉬며 나를 보는 동생양. 나는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아니, 너랑은 반드시 인사를 해야겠거든. 내일도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왜 그렇게 제 뒤통수를 치고 싶어 하는 건데요? 그때 그 원한 때문에?”
“아니, 그런 건 상관없어.”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동생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너를 갖고 싶어.”
구체적으로는 뒤통수를. 그 매혹적인 뒤통수를. 저 정도 뒤통수는 처음 봤다. 한 눈에 반했다. 저 뒤통수에. 평생을 두들겨도 저 뒤통수는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아직 한 번도 못 쳐봤지만.
동생양의 얼굴이 순간 빨개진다. 잠시 시선을 돌리더니, 이를 악 물고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무, 무슨 소리에요!”
내 뒤통수로 날아오는 손바닥. 충격이 머리에서 느껴진다. 아프게도 때리네. 나는 뒷머리를 문지르며, 동생양을 바라보았다.
동생양은 깜짝 놀란 눈빛으로, 자신의 손과 내 뒤통수를 보고 있었다. 그 눈빛을, 나는 알 수 있었다. 내가 했던 눈빛이니까.
“……어때?”
“찰지네요. 알겠어요.”
동생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손을 내밀었다.
“언젠가, 네 뒤통수를 내 것으로 할 테니까.”
“이제 인사는 팔을 꺾는 대신 뒤통수로 할게요.”
우리는 굳은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었다.
서로의 뒤통수를 노리는 싸움은, 그렇게 제 2막으로 접어들었다. 참고로 5막에서 끝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