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12일 월요일

[라한대]우리는 영원히 기억될 겁니다.


작성 : 2013년 4월 7일



쿠로코쨩
진심 한글 못읽냐? 와 C8 유치원생하고 말하는 기분이네 매미 젖이 상했었냐?
13/03/31 22:04:32 211.37.xxx.xxx
 
애랑
이새끼 말하는 꼴좀 보소? 너 얼굴 보고도 그 말 할수 있나 보자?
13/03/31 22:05:01 76.40.xxx.xxx
 
쿠로코쨩
엌ㅋㅋㅋㅋㅋ 설마했더니 현피드립ㅋㅋㅋㅋㅋㅋㅋ 010-xxxx-xxxx로 날짜랑 시간 보내랔ㅋㅋㅋㅋㅋ
13/03/31 22:05:49 211.37.xxx.xxx
 
애랑
너 C8 이제 좆찐다 필수요소로 남을 정도로 털어줄테다
13/03/31 22:06:36 76.40.xxx.xxx
 
 
그리고 당일.
기다리는 1주일동안 나름대로 많은 경우를 상상했다. 근육질의 거한이 오는 것부터 시작해서 ‘큭.큭.큭. 선이 보이는군요? ㅡ죽어라’ 같은 말을 지껄이는 녀석, 아버지를 끌고 오는 경우, 깍두기 형님 등등.
그래. 그러다 보니 이것도 상상하긴 상상했었다. 상상은 했었다고. 5초 뒤에는 그럴 리가 있나 하고 목록에서 삭제했지만.
“야! 이 XXX야!”
……어머니. 역시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군요.
현피 상대가 초등학생 여자애인 일도 일어나긴 하는 거였어요.
“병1신아 쫄았냐? 응? 쫄았어?”
“…….”
안 쫄았다. 전혀 안 쫄았어. 그냥 잠깐 놀라서 움찔했을 뿐이야.
생기기는 인형처럼 귀여운데다 머리도 앙증맞게 양갈래로 묶은 주제에 입은 거칠기가 사포 수준이다. 저 주둥이로 문지르면 피나는 거 아닐까.
“온라인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는 새끼들 오프라인에서 깝치는 거 웃기다더니.”
너 지금 아주 알기 쉽게 거꾸로 말했다만.
한숨을 쉬며 주위를 둘러봤다.
서로 알아보기 좋게 정한 지하철 앞 입구는 사람들이 그득그득했다. 욕쟁이 할머니네 종업원으로 채용되면 인기가 좋을 것 같은 꼬맹이가 멀쩡한 젊은이에게 랩을 해대는 광경이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야 이해한다.
그리고 그 광경에 나의 불타던 분노는 짜게 식은 지 오래다. 그래. 나란 남자 마음씨 넓은 남자. 너그러이 용서하고 집에 가서 잠이나 자자. 좋은 일요일에 이게 뭔 짓이야.
“입 있으면 뭐라고 말이라도 해보라고 이 병1신아! 이 고자야!
“야!”
“히익…….”
버럭 내지른 소리에 꼬맹이가 움츠러든다.
“이 꼬맹이가 보자보자 했더니 뭐? 이 년이!”
내가 선량하고 마음씨 넓은 남자라고 태평양 같은 마음을 자랑하는 성인군자는 아니다.
그래, 애당초 현피 뜨려고 나온 거였고. 사그러가던 마음에 휘발유 같은 게 끼얹어지니 욕망의 불꽃이 활활 타오른다.
“왜, 왜 욕하고 난리야!”
어쭈? 보기보다는 깡따구가 있는 모양이네. 여전히 어깨는 움츠러있고 눈가는 글썽글썽하지만, 꼬맹이는 용기를 내는 건지 주먹을 꼭 쥐면서 말했다.
“처, 처음부터 네가 인터넷에서 욕해서 그런 거잖아! 이 병1신아!”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보니까 다리도 부들부들 떨린다. 물이라도 떨어질 것 같다.
“막 유치원생? 매미 젖?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못된 말을 하냐!”
“…….”
“사람 말은 들을 생각도 안하고! 거기에, 모르는, 사람한테, 어떻게, 그렇게, 심하게…….”
움츠러있던 어깨가 위아래로 들썩거리고, 치켜든 주먹이 부들부들 떨린다.
눈물이요? 말할 것이 있나 뚝뚝 떨어지고 있지.
“후에에에에엥……. 엄마…….”
“…….”
주먹 쥔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훌쩍대기 시작하자, 주위의 시선이 한 순간에 찌를 듯이 날아온다. 아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 꼬맹이가 무슨 말 하는지 다들 들었잖아?
“흑, 이, 이 나쁜 놈아! 배냇병1신! 고자!”
“내가 왜 고자야 이……. 만한! ……아니다.”
침착하자. 여기서 내가 한 마디라도 더 했다가는 일이 굉장히 커질 수도 있어.
“그래. 내가 잘못했다. 잘못했으니까 우리 어디 가서 이야기 좀 하다 가자, 응?”
여기서는 어른스럽게 달래는 방향으로 가는 거다.
울먹거리는 꼬맹이의 어깨를 슬쩍 감싸자, 주위의 시선이 양분되었다. 하나는 ‘뭐야 사랑싸움인가?’ 하는 눈빛. 다른 하나는 잠깐만요 사진 찍지 마세요 어디에 전화거시는 건가요 저 그런 남자 아닙니다 나한테는 여친도 있다고 모니터에선 안 나오지만 있단 말이야
“어, 어딜 만져! 어딜 만지냐고!”
말 좀 맞춰주면 안 되냐? 응?
꼬맹이는 재빨리 한 걸음 뛰어서 거리를 벌리더니, 우느라 쥐고 있던 주먹을 어설프게 올렸다. 눈물에 눈이 빨갛게 부어있었지만 그 눈빛의 기운은 날카로웠다. 그래, 저건 전사의 눈빛이군!
“그래! 그런 거였어! 고자 아니라고 여기서 증명하려고 하는 거지? 그렇지? 이, 이 변태! 덤벼! 어차피 너랑 싸우려고 나온 거였어! 왜, 쫄았냐 병1신아?”
“…….”
마음 같아서는 머리를 있는대로 쥐어박아주고 싶지만 뒷일이 감당이 안 되겠지.
“야, 꼬마야. 그러니까…….”
“오, 오지 마! 나, 나 합기도 50단에 검도 100단에 트, 특공무술도 배웠어! 더, 덤비면 오늘 집에 걸어서 못 간다고! 덤벼! 오, 오지 말고!”
……뭐 어쩌라고?
웅성웅성. 신기한 구경거리에 사람들은 갈 길 바쁠텐데 움직이지도 않고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상황도 모르는 여기에 끼어들기에는 다들 양심과 체면이 있는 모양이었다. 꼬맹이는 부들부들 떨면서 주위를 둘러봤지만, 지원이 올 기미가 없자 결단을 내렸다.
“……익! 간다!”
눈빛이 다시 날카로워지고, 그 예리한 눈빛에 지지 않을 날카로움으로 주먹과 발이 나를 향해 날아든다. 하지만 그 순간, 수많은 전장을 누비며 4킬 1데스는 기본으로 유지하는 나의 눈은 놀랍게도 그 모든 주먹을 파악하고 있었다!
“익! 익! 죽어! 죽으라고! 이익!”
“…….”
대응할 가치도 없어서 파악만 했지만.
투닥투닥. 팔을 붕붕 휘두르고 다리를 퍽퍽 날리는 고전적인 싸움방식엔 감탄까지 나왔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까지 안 아프게 때릴 수 있니?
“……후, 훗. 제법이군. 나랑 현피 뜨겠다고 나올 정도는 되겠어.”
스윽. 입가는 괜히 문지르면서 꼬맹이는 여유 있는 웃음을 지었다. 너 숨소리 가쁘다 심호흡 좀 해라. 석양이 비치는 부둣가에서 날리는 느낌으로 꼬맹이는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 내 비장의 무기를 보여주마!”
“……그래. 보여주라.”
달려드는 꼬맹이의 이마를 붙잡고 팔을 버둥거리게 해볼까 했지만, 그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한 것 같아서 한숨을 쉬면서 팔을 벌렸다. 그래, 이거 맞고 진 셈 치고 집에 가자 이제 아무래도 좋다. 여러모로 피곤하다.
달려드는 꼬맹이의 주먹은 이번에도 파악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반응하지 못했다.
다른 게 아니라, 머릿속 어딘가에서 이런 문답이 들려왔거든.
ㅡ안심하세요. 여긴 병원이에요.
ㅡ내가, 내가……
“크, 크흑…….”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간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무릎을 꿇은 후였다.
“후, 후후후, 봐, 봤지! 이게 나의 비장의 무기!”
“너, 너 이 앙증맞은 것이…….”
“이겼다! 이겼어! 와! 와! 봐라, 병1신아! 내가 더 세지? 이겼다!”
폴짝폴짝 귀엽게도 뛰어다니는구나. 주위의 시선이 여러모로 아프게 날아오지만 얼굴을 보도벽돌에 문대면서 신음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어째 남성진들의 시선이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느낌이구만.
“헤헤……. 이거 오늘 인증 올리고 일베 가야지!”
베시시 웃으면서 핸드폰을 조작하는 꼬맹이는 나에게서 등을 돌렸다. 엎어진 나랑 같이 나오도록 인증샷이라도 찍을 생각이겠지.
잠깐이라면 좋아. 그거면 족해. 수명을 깎아도 좋으니, 여기서는 움직여다오, 나의 몸이여!
나의 몸은 내 요청에 충실히 따라줬다.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일어났다.
“헤헤헤. 카메라 전면으로 하고……. 응? 왜 배경이 어둡지?”
“그야 어둡겠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던 꼬맹이는 내 얼굴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 너 어떻게……?”
“원하는 대로 필수요소가 될 정도로 털어주마.”
그대로 겨드랑이에 팔을 껴서 들어올렸다. 기껏해야 초등학생,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다.
한쪽 무릎을 꿇으며 꼬맹이를 그 위에 올렸다. 마스크 쓴 박쥐남에 나오는 악당마냥 척추를 꺾어버릴까 했지만 그건 너무 잔혹하다. 꼬맹이를 혼내는 데는 적절한 방법이 있으니까.
그대로 손을 엉덩이 부분에 넣고 치마랑 타이즈랑 팬티를 동시에 내려버렸다. 다리를 버둥거리던 꼬맹이가 경악에 질린다.
“뭐, 뭐 하는 거야 이 변태야! 이 고자야! 설마하니 고자 아니라고 증명을…….”
나는 싱긋 웃으며 손바닥을 들어올렸다.
“하는 김에 네가 유치원생이라는 것도 증명해주마.”
 
경찰서 유치소는 추웠다. 무서웠다. 취조하는 경찰 아저씨들의 눈빛은 몇 배는 아팠다.
증인이 많아서 전자발찌는 차지 않았다. 하지만 오해하는 인간들이 너무 많아서 결국 탈갤할 수 밖에 없었다. 애랑인지 뭔지 하는 그 꼬맹이는 나름 잘 지내는 모양이었다.
합필갤에서는 엎어진 나의 사진과 엉덩이를 두드리는 나의 모습이 영상 소스로, 찰진 꼬맹이의 엉덩이가 내는 소리와 신음 비슷한 비명이 인간 관악기로 필수요소가 된 듯 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