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12일 월요일

[라한대]세계를 적으로 돌려도 여자 친구를 원해!


작성 : 2012년 11월 4일





# 한 번 보고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스스로 이런 말을 하는 건 참 쪽팔리는 일이지만, 일단 고백해야겠다.
나는 평범했다. 진짜 평범했다. 평범한 가족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자라 와서 평범하게 공부 안하고 평범하게 놀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평범의 집합체 같은 놈이었다. 흔한 술 담배 한 번 해본 적 없고, 어릴 적에 껌 하나 훔쳐본 적 없는 도덕의 집합체 같은 평범한 녀석이었단 말이다. 아 물론 무단횡단이나 길거리에 쓰레기 버리는 정도는 했지만 그 면만 봐도 정말 평범하지 않은가.
평범하다고 계속 반복 강조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이 말을 오해 없이 받아들이게 하려면 내가 진짜 평범하고 청렴결백한 사람이라는 전제를 깔아야 한단 말이야.
지금 나는 지명수배자다.
모든 TV와 신문에서 내 범죄행위와 도주를 헤드라인으로 내보내고, 부모님이 TV에서 ‘우리 애는 그럴 애가 아니에요……. 정말 착한 아이였는데…….(눈물)’, ‘부모지만 우리 아들이 자수해 죄를 씻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들아! 듣고 있다면 자수해서 광명 찾아다오!’ 하고 외치고 계시지만, 나는 원래 이런 놈이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나, 무서워…….”
옆에서 두려운 듯 훌쩍이는 리나를 살짝 끌어 안으며, 나는 생각했다.
이 애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범죄자가 되어주겠어.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한이 있어도.
이 사랑을 위해서라면, 청소년 연애자유 금지령을 위반한 범죄자가 되도 좋아.
 
 
시작은 별 것 없었다. 그냥 호기심이었을 뿐이니까.
왜, 나는 안 해봤지만 중고등학생인데 술 담배 하는 애들도 있잖아. 다들 하면 안 되는 거 알지만 호기심에 한 번 손 대보는 거잖아. 똑같은 이치였다. 그야 청소년에게 연애가 금지된 건 안다. 그런 건 제대로 된 어른이 되어서 서로를 책임질 수 있을 때, 어린 나이의 치기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때 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고.
요즘 들어서 위헌이다 뭐다 하면서 운동이 일어나고 있었고, TV에서는 이 유구한 역사를 지닌 특별법이 없어지면 일어날 문제에 대해서 설교를 늘어놓고 있었다. 비밀리에 연애를 하다가 고등학교 2학년인데 애를 가져서 남자는 결국 도망가고, 여자는 분유값을 벌기 위해 또다른 범죄를 저지른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정부 대변인은 ‘그러니까 아직 청소년 연애자유 금지법을 철폐하기엔 이릅니다’ 등등을 말했었고. 나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청소년의 연애는 나쁜 거야. 술 담배를 하는 불량아들이랑 다를 게 없는, 아니 서로의 인생에 크나큰 상처를 남기는 더 큰 범죄야. 하면 안 되겠지. 암.
하지만 말이야, 호기심에 살짝, 잠깐 해보기만 하는 건 별 문제 안 되지 않을까? 술 담배 한다고 잡아가는 건 아니잖아. 걸리는 게 무섭긴 하지만 연애……. 한 번 해보고 싶은 것도 사실이잖아. 학창시절의 로맨스는 로망이잖아. 들켜봤자 그냥 좀 혼나고 말겠지 뭐.
그런 마음에 고백했다. 학원을 같이 다니는, 옆 여학교의 학생이기도 했던 한리나한테.
피차 어차피 같은 학원 다니는 친구로 얼굴도 오래 봤고, 꽤 친하기도 해서 슬쩍 말을 꺼내봤던 거였다. 차이면 말고, 나중에 커서 이야깃거리 하나 생기는 거고. 되면 몰래 사귀어보는 거고. 왜, 하지 말라고 할수록 더 해보고 싶어지잖아.
그래서 옆자리에 앉은 리나와 필담을 나누는 중 쓴 ‘나랑 사귈래’ 라는 말에, 리나의 반응은 예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리나는 울었다.
처음에는 그냥 훌쩍거리던 게 5분 뒤에는 웃으면서 엉엉 울어서 당황한 내가 리나를 끌고 교실을 나갈 정도가 되었다.
손을 잡은 채 교실을 나가 문을 닫자마자 리나는 나에게 안기며 키스를 했다.
호기심에 시작된 그 결정은 그 순간 내 온 몸을 건 연애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연애의 대가로 전 세계에서 쫓기고 있다.
바로 다음날, 히히덕거리며 등교하던 나는 나를 잡으러 온 경찰과 마주쳤다. 그 싸움은 격렬했고, 또한 처절했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 순순히 잡혀갈 생각이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도와줘! 인공아!”
“리나야?!”
저 멀리서 들리는 목소리. 리나의 목소리였다. 경찰들에게 끌려가는 리나는 목이 터져라 나를 부르고 있었다.
그래, 언젠가 아버지가 말씀하셨었지.
“아들아, 평범함이라는 건 큰 힘이 될 수 있단다.”
평범함을 가장하면 가장할수록, 평범함과 멀어지게 된다.
애당초 평범함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 두루뭉술한 평균값의 집합체.
인간의 수많은 스테이터스를 평균으로 끌어오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장점은 약화시키고 단점은 강화시켜 모든 능력치를 평균으로 만드는 방법.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장점과 단점을 극대화시켜 중간점을 만드는 방법.
아버지, 아버지는 그 힘을 숨기라고 하셨죠. 이 시대를 살아가려면 평범함으로 나를 꾸며야 한다고. 우리 집안에 내려오는 힘을 숨겨야 한다고. 적어도 성인이 되는 그 때까지는, 제가 절대로 지켜야 할 뭔가를 찾을 때 까지는.
죄송해요, 아버지. 저는 지금 그 힘을 쓰겠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만 쓸 수 있는 금단의 기술 - 小說主人功(소설주인공)
“아니, 이 파워는?!”
놀란 경찰들은 강했다.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인 나는 이길 수 없을 터였다.
그래서 나는 이겼다. 그리고 리나를 구해냈다.
“인공아!”
“리나야, 너를 위해서라면 나는 세계를 적으로 돌려도 좋아.”
“응?”
“17년 모태솔로인 나는, 너를 구하기 위해서 이 힘을 길러왔던 거야.”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어…….”
리나는 지난 번 고백 때처럼, 눈물을 흘리며 웃으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 나는 평범하게 살아왔던 거야.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이 되었던 거야. 아버지의 모든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그 힘을 쓸 기회를 찾지 못했지만, 너라면 찾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멋져!”
리나의 환한 미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훈방으로 끝났을 우리에게 경찰이 찾아와 끌고 가려고 하고, 도주극에 언론까지 붙은 이유는 그 후 길고 긴 도주의 나날 중 알 수 있었다.
청소년 연애자유 금지령에 반대하는 반대파의 논리를 무너트리기 위해, 그들은 마침 걸린 우리를 본보기로 삼아 청소년 연애자유가 얼마나 무서운 지 보여줄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음모에 희생된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도주의 나날 중 알게 된 동료들, 지극히 평범한 여고생이었던 리나의 갑작스러운 각성, 자유연애 특공대의 조직, 그리고 솔로 사천왕의 등장과 청소년 연애자유 금지령을 내리게 된 진정한 이유…….
그 모든 것을 알게 된 우리는,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
그들에게 세뇌된 세계를 우리의 적으로 돌리더라도, 전 세계의 모든 군대와 사람과 맞서 싸울 지라도,
나는 리나를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
“네 말은 잘 알았다, 인공…….”
그는 왕좌에서 일어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네 녀석도 여기까지다!”
“리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덤벼라, 인공! 네가 과연 세계를 상대로 싸울 수 있는 남자인지, 시험해보겠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
나의 용기가 리나를,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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